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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 설계사, ‘BIM 복병’ 만났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1.28

226회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스마트 건설’이 국내 건설 산업의 항로를 점진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대규모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던 기존의 방식은 이제 가까운 미래에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다윗(스마트 건설)이 골리앗(대규모 토목 건설)과 경쟁해 승리할 날이 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 S-Construction 2030’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자는 이 방안이 ‘대한민국 건설 산업의 개혁 선포’이자 기존 건설 산업에는 충고에서 나아가 경고까지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S-Construction 2030’에는 칼과 방패가 숨겨져 있다. 칼은 기존 건설 산업에 대한 수술을 의미하고, 방패는 기존 건설 산업 ‘기득권의 저항’을 막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이 방안을 통해 ‘2030에는 건설 전 과정을 디지털화·자동화한다는 목표다. 3대 중점과제 아래 10개 기본과제, 46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는데, 그 중심에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빌딩정보모델)이 있다. BIM은 자재·제원 정보 등 공사정보를 포함한 3차원 입체 모델을 의미한다. 건설 전 단계에 걸쳐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BIM을 자동화·지능화 등 스마트 건설 실현을 위한 기본 도구로 활용하면 설계 변경·시공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어 공기와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1,000억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건설 전 과정 BIM 도입을 의무화(도로 2022년 하반기, 철도·건축 2023년)하고, 표준시방서 등 건설기준을 디지털화해 BIM 작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나아가 2026년에 500억원, 2028년에는 300억원 이상으로 BIM 적용을 확대하고, BIM 조기 안착을 위해 사업 성과 등을 고려해 일정을 당겨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BIM으로 여러 장의 2D(2차원) 도면을 하나의 3D(3차원) 모델로 구축해 건설 전 주기 동안 일관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퇴출 선고’다. 

 

기존의 ‘아날로그 건설 방식’은 사람의 개입이 보다 자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휴먼 에러(human error)’가 따랐다. 이때의 손실은 ‘사람의 의도에 따른 손실’도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BIM은  설계 단계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도면을 디지털화해 사람의 ‘휴먼 에러’를 줄이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의 건설 설계사들과 시공사들에게는 자신들의 ‘의사 결정과 권한’ 범위를 축소하는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설계 분야 관계자는 “BIM 도입으로 설계사가 특정공법을 무리하게 설계에 반영하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설계 변경 등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대표는 “설계할 때마다 안이 변경된 것에 대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BIM  도입에 대한 저항이 세다”고 했다. 

 

현재 BIM은 기본 및 실시설계 단계에서 기존의 설계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설계사에 종속된 구조다. 더구나 설계사들은 BIM 사업은 자신들의 수익 모델이 아니어서 BIM 인력과 기술 확보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들의 권한을 점차 축소시킬 수 있는 BIM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설계사들이 ‘BIM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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